본문 바로가기
축구이야기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 9

by 감사실천 2024. 1. 24.
반응형

축구대항전 시장기대회 8강전 이야기

 

모두의 응원 속에 축구대항전 시장기대회 두 번째 경기 8강이 시작되었다

분위기는 열기에 열기를 더해 정말 뜨거웠다

두번째 경기 상대는 강호 오천초등학교였다

첫 번째 경기를 무려 4대 0으로 이기고 8강 진출을 한 공격력이 어마 어마 한 팀이었고 수비 또한

한 골도 먹지 않은 탄탄수비까지 자랑했다

휘슬이 울리고 초등학교경기 답지 않게 중앙에서 거친 경기가 시작되었고 포천초등학교 미들필드인

에이스 7번 선수가 굉장히 잘하면서도 과격했다

이 친구는 이미 우리 지역에 소문난 실력자였고 중학교에 스카우트제의도 많은 선수였다

더군다나 얼굴까지 잘생겨 인기도 좋았다

우리 팀 친구들이 볼을 잡으면 거칠게 태클하고 볼을 영리하게 뺏어 갔고 우리팀 친구들은 아파서

운동장 누워있기를 반복했다 

파울로 휘슬이 불려도 사과도 하지 않고 당돌하게 플레이를 했다

중앙에서 너무 밀리다 보니 최전방에 있는 나에게는 볼이 한 번도 오지 않았고 볼이 왔다고 하면

바로 뺏기기 일쑤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힘이랑 키차이가 너무 났다

나보다 더 큰 수비수 170cm는 훌쩍 넘어 보였다 

나도 매우 큰 편이었는데 165cm 나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었느니 정말 어른이었다

전반전을 아무것도 못한 채 무기력한 상태로 끝이 났다

전체적으로 분위기 무거웠고 주도권이 완전 뺏기 상태였다

우리 팀 친구들 모두가 포천초등학교 7번이 너무 잘한다 진짜 잘한다 뒤에 까고 사과도 하지 않는다

온통 7번 7번 7번 선수 이야기였다

안 그래도 경기도 풀리지 않는 탓에 나는 짜증이 굉장히 많이 난 상태로 후반전 경기를 위해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시작과 동시에 우리에게 기회가 왔고 사이드에서 센터링이 길에 올라왔는데 

나를 맨투맨 했던 키 큰 수비수를 넘기고 키퍼손에 맞고 내 발에 볼이 떨어졌다

이때다 싶어 슛을 하려는 순간 나와 투톱이었던 상수가 갑자기 발을 내밀어 살짝 밀어 넣었다

그때 심정으로 담아 표현을 하면 날름 주어먹었다

이게 기뻐야 하는 상황인데 어리석게도 분노게이지가 엄청나게 치솟았다

아 내가 넣어야 하는 상황인데 내볼인데...

어리고 어리석고 욕심이 많은 탓에 당연히 기뻐하고 환호해야 하는 상황에 심술이 났다

행운의 골로 우리 팀은 리드해 나갔다

경기내용은 마찬가지로 계속 처참하게 밀리고 있었다

또 7번 선수가 거칠게 길상이에게 파울을 하고 획 돌아서서 자기 진영을 갔다

나의 기분 상태는 집중력도 떨어지고 이미 축구를 하고 있는 상태가 되지 못했다

우리 진영에서 포천초등학교 코너킥이 진행되었다

전술 계획상 나는 스트라이커라 수비를 하러 내려가지 않고 코치님 지시에 따라 

바로 역습이 가능하게 중앙선에 있어야 했는데 순간 7번의 뒷모습이 보였고

그대로 우리 골때 진영으로 내려가 수비를 하는 척하며 뒤에서 7번의 다리를 들고 차버렸다

 

...

 

정말 미친 짓을 저질러 버렸다

7번 선수 무방비상태에서 다리에 심한 충격을 받고 그대로 쓰러졌다

주심이 보지 못했고 경기는 코너킥이 진행되어 경합을 하고 볼이 나가자

쓰러진 7번을 발견하고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포천초등학교 벤치에서는 난리가 났고 항의가 빗발쳤다

나도 7번이 한 행동을 똑같이 곧바로 뒤돌아 내 포지션으로 향했다

운 좋게 주심에 경고 없이 그대로 경기는 진행되었고 7번은 부상으로 교체되어 나갔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경기가 끝나 우리 팀은 강호 포천초등학교를 이겼고 기뻐했다

경기가 끝난 후 상대팀 벤치에 가서 상대팀 감독님께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는 게 축구의 매너다

우린 기쁜 마음으로 포천초등학교 벤치로 향했고 목청 큰 길상이가 기분 좋게

차렷! 감독님께 인사하는 순간

포천초등학교 감독님께서 너희 같은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들한테 인사 안 받아하고 등을 돌려 가셨다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는 말이 딱 그때 심정이었다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래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너무 부끄러운 승리를 한 것이었다

완전 멘털이 나간 상태로 우리 벤치로 돌아오는 와중에 뒤통수에 돌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버지셨다 

화가 엄청 나신 상태로 손을 내 뒤통수를 후리신 거였다

"야이 자식아 내가 그따위로 가르쳤냐" 어디 건방진 걸 배워서 행동을 하냐고 나무라셨다

그대로 선수들 벤치를 이탈해 아버지께 끌려가면서 우리 감독님과 교장선생님께서 

급하게 아버지를 말리셨다

이 새끼는 축구를 할 자격이 없는 놈입니다 

데려가겠습니다 

아버님 실수였고 반성하고 있을 겁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하고 우리 학교 천막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한참 시간이 지난 끝에 대회 관계자로 오신 동네 삼촌들의 만류로 아버지께서 좀 화가 누그러지셨고

포천초등하교 감독님과 7번 선수한테 사과하기로 하고 상황은 정리가 되었다

나는 울면서 포천초등학교 천막으로 갔고 감독님께 울먹이면 죄송하다고 했고 감독님께서도

흔쾌히 나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앞으로 절대 그러면 안돼하시고 너 축구 실력만큼 인성도 좋아야

훌륭한 사람이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리고 7번 선수를 찾아갔는데 화장실에서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 나왔다

분했는지 엄청 울었던 모습이 영력 했고 안쓰럽기도 미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쌤통이다 싶은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미안하다 네가 우리 친구들한테 거칠게 하는 모습을 보고 참지 못했다고 말을 덧붙였다

마지못해 사과를 받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소란스러운 사건, 나의 철없던 행동의 큰 파장은 일단락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찔한 순간이었고 그것도 초등학생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아무리 철이 없었다고 하지만 큰 잘못이다

사과를 하러 갔으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사과를 했어야 했는데 변명을 했다는 것도 

생생히 기억난다 

지금이라도 어린 7번 선수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나의 철없던 무모했던 큰 잘못을 용서 바란다

 

사회에 나와 여러 사람들을 겪으면 철칙이 하나 생긴 거 같다

실수하는 사람이 있으면 너그럽게 이해하게 넘어가고 용서하는 편인데

사과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과는 멀리한다

실수를 하고 사과하는 사람은 나와 관계를 좀 더 발전시키겠다는 또는 지속하고 싶다는

표현이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은 나와 관계를

가볍게 여길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어쩌면 사과를 해보지 않은 환경에서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건 아니다

그 사람과 관계 속에 내 감정소비가 아깝다는 깨달았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란 없는 거 같다

단지 나와 잘 맞고 서로의 감정을 배려하고 인정해 주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요즘이다

 

 

 

반응형

'축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 11  (1) 2024.01.26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 10  (1) 2024.01.24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 8  (1) 2024.01.23
축구를 하며 배운것들 7  (2) 2024.01.22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 6  (1) 2024.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