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항전 시장기대회 4강전 이야기
16강 8강을 치른 후 점심시간을 가졌다
8강전 이슈에 여파로 나는 밥도 넘어가지 않았고 기가 죽어 구석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맑았던 하는 마저 우중충 해지면서 내 마음 같았고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그냥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혼나고 야단을 들은 내가 창피했다
괜히 내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우리가 이길수 있었던 거야 내가 안 그랬음 우리는 짐 싸고
집에 갔을 거야 지금 까지 남아 있고 우리가 4강을 갈 수 있던 건 다 내가 용기 내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렇게 멍하니 1시간이 지나 4강전 경기를 준비했다
우리는 다시 한번 화이팅을 외치고 꼭 이기자고 다짐을 했다
휘슬소리와 함께 대망의 축구대항전 시장기대회 준결승 4강전이 되었다
토너먼트에서 떨어진 학교팀들은 운동장을 떠났기 때문에 오전 분위기 열기보다는
조금 식었지만 경기를 하는 우리학교 응원석과 4강전 상대인 진선초등학교는 분위기는
월드컵 응원석과 흡사했다
첫 경기 패배를 예상해 5, 6학년 학생들만 응원을 하러 왔었는데 4강전에는 4학년까지 합세해서
풍물놀이 선생님의 꽹과리 소리에 맞춰 응원의 합은 더 좋아졌다
응원석의 담합이 좋아진 만큼 우리도 더 똘똘 뭉쳤다
그런데 마음만 똘똘 뭉쳐야 하는데 내 다리가 뭉친 거 같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찬 거처럼 너무 무거웠다
별 생각을 다했다 너무 오래 휴식을 취하고 경기를 해서 인가?
아님 아까 너무 울었던 탓인가?
몸이 왜 이렇지... 도저히 뛸 수가 없었다
경기 중 집중을 하지 못하고 내가 왜 이러지만 계속 생각하다 전반전이 끝이 났다
자책을 하기 시작했고 거의 반때쯤 정신이 나갔다
코치님의 지시도 들리지 않고 그냥 멍하니 운동장만 바라보았다
후반이 시작될 쯤 감독님을 찾아가 말씀드렸다
못 뛰겠습니다!
어린 꼬맹이가 당돌했다
앞경기는 그 난리판을 쳐놓고 지금은 중요한 4강 경기인데 멘털이 나가서 못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감독님께서 일단 들어가서 뛰고 있으면 바꿔 줄 테니 후반전을 뛰어라고 하셨다
그 얘기를 철석같이 믿고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간 김에 바로 나갈 테니깐 열심히 뛰고 나가자라는 마음을 먹고
종횡무진했다
볼이 나에게로 왔다 드리블을 하고 상대진영으로 치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태클이 들어와 넘어졌다
그렇게 강한 태클도 아닌데 완전 철퍼덕 꼬라박았다
그 덕에 프리킥이 주어졌고 우리 팀에서 가장 킥의 정확도가 좋은 동규를 코치님께서
키커로 정하셨다
사실 동규와 라이벌관계였다 솔직히 말하면 라이벌 관계는 내가 만든 프레임이었고
부러움에 대상이었다
동규는 공부도 잘했고 얼굴도 잘생겼고 운동까지 잘했다
배드민턴부를 함께 할 때도 배드민턴까지 1등으로 잘했다
타고난 머리와 운동신경까지 겸비했는데 6학년 학교회장 선거에
함께 나갔는데 동규는 회장이 되고 나는 부회장이 되었다
그런 넘사벽의 존재가 동규였다 그런 동규가 내가 얻어낸 프리킥을 차는 게 아쉽긴 했지만
이미 다리도 다 풀린 상태고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나도 순순히 인정을 했
꽤 먼 거리였는데 동규가 한참 뒤로 가더니 골대를 향해 슛? 킥을 했는데 그 볼이
정말 어릴 때 슛돌이에서 보았던 독수리슛처럼 하늘 엄청 높게 올라가더니 그대로 상대 키퍼를 넘기고
골이 되었다
동규도 잠시동안 어리둥절하고 우리도 어리둥절했다가 으아아아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골이 들어가다니!!!
천금 같은 골이었다
우리 둘은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췄고 동규가 나에게 덕분에 골을 넣을 수 있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동규도 내심 내가 골을 넣고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게 내심 부러웠고 득점을 하고 싶은 욕망이
강했는데 기회가 없다가 생겨서 골을 넣게 되니 정말 좋아했다
항상 훈련을 맨땅에서 하다가 천연잔디에서 하니 볼이 떠 있는 상태에서 볼 밑을 차버려서 높게 떴다가
떨어지면서 골이 된 거이었다
그리고 벤치에서 코치님이 나를 불렀다
그래서 아 이제 교체구나 싶었는데 내려가라고 말씀하셨다
운동장이 너무 시끄러워서 잘 못 들었나 싶어 다시 여쭤보았다
뭐라고요??
빨리 내려가라고!!!
어디를요?
밑에 내려가서 수비하라고!!!
5분 정도 경기시간이 남았는데 우리 팀도 상대팀도 많이 지친 상태여서 코치님 판단에
더 이상 골은 넣기가 쉽지 않을 거 같아 수비전술로 변경을 하신 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생 11명이 성인운동장크기에서 25분 전후반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까?
벌써 3번째 경기인데 충분히 힘들만한 시간이었다
내 다리가 무거운 이유가 충분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도 못하고 8강전 문제로 머리를 싸맸다
지금 같으면 정말 애들 혹사시킨다고 학부모님들이 난리를 쳤을만한 운영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선생님들은 신 같은 존재셨다
요즘처럼 선생님께 대꾸를 하거나 채벌을 했다고 학교에 전화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는 시절이었다
나는 수비로 포지션을 내려와 끝까지 경기를 하게 되었고 우리는 힘닿는 데로 사이드라인으로
공을 뻥뻥 걷어 내기를 반복했다
아무 문제 없이 우리는 5분을 잘 지켜냈고 정말 생각지도 못한 4강전까지 승리했다
8강전 문제로 화가 나셨던 아버지께서는 집으로 가셨다가 결승진출 소식을 듣고 운동장으로
다시 오셨고 한 손에 검은 봉지 하나를 들고 오셨다
나를 따로 부르셨고 운동장 모퉁이로 향했다
또 혼이 날까 두려움을 안고 따라갔더니 엎드려 누우라고 하셨다
아 이렇게 두들겨 맞게구나 싶었는데 검은 봉지 속에 들어있던 스프레이파스와 멘소래담을
꺼내시더니 내 다리 전체에 발라 주물러 주셨다
어찌나 서럽고 감사하고 위로가 되었는지 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펑펑 울었다
8강전 이후 그 많은 인파 속에 나는 혼자가 된 거 같았고 처음 겪어보는 비난과 눈초리를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었고 도망갈 수도 없어서 마음이 많이 위축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나를 그냥 잘못했다 잘했다고만 치부했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냥 많이 지쳤을 내 다리를 아니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다
'축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 12 (1) | 2024.01.26 |
---|---|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 11 (1) | 2024.01.26 |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 9 (1) | 2024.01.24 |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 8 (1) | 2024.01.23 |
축구를 하며 배운것들 7 (2) | 2024.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