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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이야기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 8

by 감사실천 202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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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축구대항전 시장기대회가 당일날이다

공설운동장 위치는 집 바로 앞이였는데 진짜 딱 맞은편인데 학교로 가서 축구부 버스를 타고 다시 공설운동장으로 향했다

경기는 10시 첫 경기 였고

8시 30분부터 입장이라 8시까지 도착을 하였다

공설운동장 트랙에는 학교별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고 관중석 구역별로 학교이름새겨진 현수막이 설치 되어 있었다

점점 운동장으로 관광버스들이 모여들었고 각 학교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수많은 인파와 규모에 내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주체할 수 없는 긴장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해졌다

처음 경험하는 느낌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안전부절하고 있을 때 

마침 원창이 어머니께서 우황청심환을 한알씩 나눠 주셨다

그때는 뭔지도 모른 체 긴장될 때 먹으면 좋다고 하셔서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입장식이 시작되었다! 

귀빈석에는 각 학교 교장선생님, 시장님 등 양복을 멋지게 멋지게 차려입으신 어른들이 앉아 계셨고

한분 씩 연설을 하셨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고 어떻게든 떨리는 긴장감을 

조절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렸다 

그렇게 시작을 알리는 음악과 빵빠레가 울려 퍼지면서 우리는 준비운동을 하기 위해 천막에서 축구화를 착용했다

손이 떨려서 축구화 끈을 매는 자체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둘러 모여 파이팅을 크게 외쳤다 소리를 지르고 나니 진정이 조금 되었고 달리기 시작하니 긴장감은 흥분감으로 바뀌어 자신감으로 채워졌다

우리 중 목청이 제일 큰 길상이가 선창을 했다

열심히 뛰어! 

우리도 크게 외쳤다  뛰어! 뛰어! 외쳤다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고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집중력이 엄청나게 되었던 거 같다

순간 첫 경기까지 준비하면서 여정이 생각 스쳐 지나갔고 운동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드디어 첫 경기

운동장 가운데 모여 포천초등학교와 기념사진을 찍었고 각자 진영으로 향했다

휘슬소리와 함께 축구공이 움직였다

그 당시에는 초등학교 전용운동장이 아니라 성인들이 경기를 하는 사이즈 그대로 우리는 경기를 했다

그리고 천연잔디구장이라 시작과 동시에 우리는 너무 힘들었다 

호흡도 제대로 되지 않을 만큼 힘들었고 포천초등학교한테 밀렸다

그렇게 정신없이 전반전이 끝이 났고 나는 공도 한번 제대로 터치하지 못한 채 우리 천막으로 향했다

부끄러웠고 뜻대로 되지 않아 화도 났다 

그때 평소에 대화를 조차해 보지 않았던 교장선생님께서 오시더니 나에게 너 보러 중학교 감독님들이 

많이 오셨다고 했다 

날? 왜?

타 지역에 정식축구부 감독님들께서 스카웃을 하러 경기를 보러 오신 거였고 

교장선생님께서 나를 추천선수라고 말씀을 하신 거였다

인정받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고 한결 가벼워진 상태로 후반전을 시작했다

5분 후 나에게 찬스가 찾아왔다 우당탕탕하다가 나와 축구공과 골대가 일직선이 되었고

순간 드럼통이 떠올랐다 연습을 많이 했던 탓인지 맞춘다는 생각으로 인사이드로 툭 갖다 대었는데

천연잔디에 볼이 약간 떠있는 상태라 볼이 강하게 맞고 그대로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나의 첫 골! 우리팀의 첫골 우리 학교의 첫 골이 터졌다

엄청난 함성소리가 들렸고 나는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로 뛰어다녔고

그 많은 인파 중에 관중석 한쪽에 앉아계시던 아버지가 보였다

정말 좋아하셨고 기뻐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후 곧바로 나와 투톱을 섰던 상수가 골을 넣고 2대 0으로 첫 경기를 작년 우승학교팀을 이겼다

모두의 예상과 달리 우리가 우승후보였던 포천초등학교를 이겨버렸으니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그 근엄하셨던 교장선생님께서 운동자에서 빠져나오는 나를 안아주셨고 격려해 주셨다

그리고 포천초등학교 감독님께서 너희들이 우승하겠다 하고 칭찬해 주셨다

처음 느껴보는 짜릿함과 전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모든 게 정지되어 있는 거 같고 나만 그 공간 속에 있는 느낌!!

 

요즘도 기억나는 걸 보면 그때 그 순간 느낀 감정의 대한 기억은 상당히 오래가는 거 같다

행복했던 순간 기뻤던 순간 슬펐던 순간 상처 봤았던 순간

그 찰나의 순간들이 그 장소 인물 물건들 까지 떠올리게 만드는 신기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아직도 생생하게 축구공이 내 발에 맞는 순간 축구공을 골대 그물망에 출렁거리고 친구들이 

나에게 달려들고 골대뒤 대각선에 모여있던 우리 학교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고 그 함성 속 장면의 주인공은

"나"였다

세리머니도 없이 거친 호흡소리에 둘러싸여 우와 와!!! 만 외쳐 됐던 우리가 떠오른다

그런 순간이 또 올지 또 한 번 맞이할 수 있을지 그립기도 걱정되기도 한다

점점 더 일은 세분화되고 소통을 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각자 맡은 업무에 몰두하고 그렇게 응원과 격려도 

없이 일이 풀리지 않을 때 화풀이 대상을 찾게 되고 그 감정의 골이 깊어져 예민한 상태의 관계가 지속되어

팀, 조직 속에 우리 편이 아닌 원수와 원수가 된다

삶을 살아가는 건 어디까지나 함께 로서 의미가 있고 감정을 느낀다 

세상의 모든 기쁨, 슬플 도 결국은 인간관계 속 사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삶자체에 사람중심 인간관계에 집중해야 하고 그 외 모든 것은 조건일 뿐이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긴 여정을 함께 한다는 것 아름답고 감사한 일이며 우리는 그 과정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깨닫고 또 깨달아 성장하며 의지한다

 

누가 알았겠는가?

근엄하신 교장선생님께서 흥에 겨워 나를 반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플래카드에 내 이름이 적혀 공부제일 잘하던 여학생이 나를 응원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 중요한 경기에 내가 첫 골을 넣을 줄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우린 서로의 위치에서 다른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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