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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이야기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 2

by 감사실천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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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때 축구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이미 사라졌고
엄마의 권유로 저학년 때 억지로 시작한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처음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선생님의 관심과 고학년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나름 예술창작의 재미를 조금 알아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께서 맞벌이하시니깐 4교시
수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혼자 있는
내가 걱정이 되어서 어린 동생은 할머니댁으로 맡기고
나를 학원으로 보냈던 거 같다
미술학원에서는 순한 양처럼 지냈고 동네에서는
골목대장을 했다
항상 집으로 친구들을 이끌고 다니며 만두도 구워 먹고
볶지도 않은 춘장에 면을 비벼 짜장면이라고
맛있게 먹곤 했다
 
지역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동네 슈퍼마켓 옆에
일명 퐁퐁(트램벌린)이 있었는데
해가 질때 까지 거의 시간을 거기서 보냈던 거 같다
300원에 1시간 500원이면 2시간 1000원이면 무제한
우린 300원만 내고 1시간이지만 중간중간 슈퍼마켓에 파는 과자와 오뎅을 사 먹었기 때문에
거의 아줌마 눈치를 보지 않고 무제한으로 놀았던 것 같다
그때 친구들은 정말 앞돌기 뒷돌기 옆 퐁퐁으로
넘어 다녔고 나는 점프만 높게 하고 친구들을 시키며
잘한다 하고 박수만 치고 앉아 구경을 했다
그때 어린 나이였지만 운동신경이 없다는 걸 깨달알았고 남들이 다하는 앞돌기도 한참 뒤에야 할 수 있었다
골목대장의 자존심도 있고 퐁퐁을 더 잘 타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왠지 태권도를 배우면 날아다닐 거 같았다
그래서 집에 가서 태권도를 보내 달라고 했는데 보내주지 않았다
엄마가 아시는 분이 태권도장을 하셨는데
관장님께서 나를 몇 번이고 태권도장을 보내라고
하셨는데 미술학원으로 보낸 이유는 커서 들었지만
어릴 때 너무 유별나서 태권도까지 배우면
더 감당이 되지 않을 거 같아
차분해지라고 미술학원으로 보냈다고 하셨다
 
나름 국어 산수를  잘했는 4학년이 되면서 공부에
흥미를 잃고 관심사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
고모네 집에 놀러를 갔는데 사촌누나방에
룰라 포스터와 막 붙어 있었고
여러 가수들의 카세트테이프가 쌓여 있었다
자연스레 룰라, 영턱스클럽 노래를 듣게 되었고
빠져 버렸었다
집에 와서 카세트테이프 밑에 구멍을 막고 라디오에 댄스가수 음악이 나오길만 기다렸다가
녹음을 하고 매일 듣기를 반복했다
 
4학년 때 나는 키가 좀 자라면서 사춘기가 시작되었고
이성에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뭔가 멋져 보이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어느 날 수업을 마치기 전 아람단을 모집한다는 내용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별 관심 없어 그냥 흘려 들었고  빨리 퐁퐁이나 타러 가고 싶은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사실 아직도 아람단이라는 조직이 왜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 왜냐 그때 활동을 했지만 기억에 
남는 건 가입비와 단체복, 가방이 어마어마하게 비쌌고
1박 2일 캠프 가서 장기자랑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가입비 3만원에 옷 8만원 가방이 3만원 정도 했던거
같다 지금 따면 30~40만원 하는 돈인데
내가 이걸 하고 싶다고 집에 가서 울고 불고 때를 썻던 것이다
1년에 딱 한번 가는 캠프인데 옷은 단체복이라 꼭 입어야 했었고 가방은 선택사항인데 꼴에 자존심에 세트를 맞추고 싶었다 그래서 구구단을 전부 외우겠다는 약속과 함께 가방까지 사게 되었다
 
그냥 흘려 들었던 아람단을 가입을 하게 된 이유는 우리 학교 4,5,6학년 아람단원과 전국에 있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1박2일 캠프를 간다는 걸 알았고 그럼 내가 좋아하는 미술학원 누나들과 함께 놀러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입을 하게 되었고 나는 어떤 행사인지도 모른 체 캠프를 떠났다
경주에 엄청 큰 수련회관에 몇십대의 버스들이 모여들었고 수백 명의 인원이 움집 했다
그런데 거의 90%가 책가방을 메고 왔었고 나를 포함한 일부만 아람단 전용가방을 메고 있었다
괜히 엄마에게 떼를 쓴 게 미안하기도 했고 그 빛날 거 같은 가방은 왜 이리 촌스러워 보였는지... 캠프 마지막에 시간에 가운데 캠프파이어를 해놓고 손에 촛불을 들고 사회자가 부모님의 얘기를 하면서 효도해야 한다는 그런 내용으로 행사를 진행했는데 가방 때문에 그리고 옷 때문에 미안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생각난다
낮시간 행사 때는 강당에 모여 아람단 단장이라는 분이 오셔서 아람단의 관련된 퀴즈를 내면 맞추는 사람에게 아람단 배지를 주곤 했는데 이걸 왜 하나 싶었다 다른 학교친구들은 서로 갖고 싶어서 손을 들고 정답 정답을 외치면 엄청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우리학교 친구 형 누나들은 멀뚱멀뚱 앉아있거나 졸았다 
그래서 낮 스케줄이 끝나고 밤에 장기자랑 시간이 시작되었다
와 이게 내가 원하던 시간이야 하고 신이 났다
각 학교에 대표들이 영턱스클럽의 못난이 콤플렉스와 정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 팀의 가장 인기 있는 6학년 형은 머리도 염색해서 연예인 같았다 부러웠다 나는 4학년이라 장기자랑을 하는지도 
기회도 없었고 우리학교 6학년 누나들이 대표가 되어 장기자랑을 나갔는데 수상은 못했지만 엄청 이쁘고 멋져 보였다
끝나고 내가 선망했던 누나들은 다른 학교 염색한 형에게 가서 말을 걸고 그 당시 전화 녹음메신저 같은 게 있었는데
그걸 주고받았다 너무너무 부럽고 내가 초라해 보였다
그리곤 20명이 가까이 되는 인원이 한방에 모여 잠이 들고 기대에 가득 찼던 캠프는 슬픔을 안고 끝이 났다
학교에 돌아가니  싸움 잘하고 멋있는 5~6학년 형들이 머리를 다 노랗게 염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염색한 형들은 대부분 축구부형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축구부에 가입하고 머리를 염색하면 나도 멋있어 보이겠지 
어찌나 멋있어 보이고  6학년 누나들의 잘 보이고 싶어
또 병이 도졌다
집으로 가자마자 염색을 시켜달라고 떼를 썼고
축구부가 하고 싶은데 축구부를 하는 조건이
머리를 노랗게 염색을 해야 가입을 할 수 있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축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냥 인기가 많아지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첫 축구인생이 축구와 상관없는 이유로 시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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