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축구화에 관하여...
수업을 마친 후 15시 30분 운동장으로 모였다
50분부터 훈련 시작이었기 때문에 책가방과 내려놓고 축구화를 꺼내 끈을 묶기 시작했다
우린 축구화를 신으면서 서로의 축구화를 항상 확인했다
혹시 새축구화를 신었는지 궁금했고 잘 사는 친구에게 조금의 시기 질투가 있었던 거 같다
나이키는 꿈도 꾸지 못했고 그나마 상급으로 인정받던 축구화는 키카,프로스펙스였다
키카축구화는 축구화를 위한 브랜드라고 각광받고 있었고 프로스펙스축구화는 거의 지금 나이키 같은 존재였다
형들 중에 몇몇은 키카와 프로스펙스를 신고 있었다
그리고 코치님은 아디다스 코파 문디알!
거의 신급의 축구화
어디 구할 수도 없는 정말 리미티드에디션 축구화였다
나는 히포축구화 그리고 친구들은 프로월드컵, 라피도, 낫소 등 저가의 축구화를 신고 있었다
바닥 스터드는 대부분 백뽕으로 불리던걸 신었는데 맨땅에서 축구할 때는 아주 위험한 축구화였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냥 그게 최고였고 그걸 신고 있으면 왠지 더 가볍게 축구가 잘되는 것만 같았다
저가 축구화는 가격이 5000원에서 10000원 사이었던 거 같고 키카, 프로스펙스는 20000원에서 50000원 사이였던거 같다
꽤 가격차이가 났었다
형들은 중거리슛도 멋지게 했다
멀리서 슛을 하면 정말 내려 꽂히는 거 같았다 그걸 속으론 프로스펙스를 신어서 일 거야 키카축구화가 가죽은 좀 좋긴 하지 하며 혼자 생각했다
시장 신발가게집 아들인 한수형이 잔뽕축구화를 신고 왔다
일반 평균 축구화는 백뽕 같은 경우 돌기가 8개에서 12개 정도인데 잔뽕은 아주 작은 돌기들이 30개 이상으로 만들어진 축구화가 잔뽕축구화다 요즘 인조잔디용 풋살화를 예전엔 잔뽕축구화라고 불렀다
잔뽕축구화는 그 당시 희귀 축구화였고 맨땅에서 축구를 하기에 아주 적합한 축구화였다
우리는 다 둘러싸여 그 잔뽕축구화를 구경했다
신기하기도 했고 코치님께서도 훌륭한 축구화라고 말씀하셨고 모두가 한수형을 부러워했다
한수형은 축구를 잘하지 못했고 그냥 뚱뚱해서 한수형 엄마가 억지로 축구부에 가입시켰다
그런데 한수형이 처음 잔뽕축구화를 신은 그날 슛을 했는데 사각지대에 꽂혀버렸다
말도 안 되는 순간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우연히 잘못 맞은 슛이 하필 그날 그대로 골이 된 것이었다
우리는 한수형을 치켜세워주기보다 잔뽕축구화 위력에 환호했다
와 진짜 좋은 축구화네 잔뽕축구화가 어머어마하다
우린 온통 잔뽕 잔뽕 잔뽕만 이야기만 하며 훈련이 끝이 났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서 엄마만 오기를 기다렸다
엄마한테 잔뽕축구화를 사달라고 하려고 숙제도 미리 다해놓고 방정리정돈도 깨끗이 해 놓았다
엄마가 오자마자 바로 손을 잡고 요넥스스포츠로 향했다
요넥스는 배드민턴 전문브랜드인데 우리 동네에는 배드민턴이 인기가 좋았고 배드민턴용품 매장에
각종 스포츠용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요넥스스포츠 사장님께서 반겨주셨다
오 왔나? 우짠 일이고 배드민턴 라켓 살라꼬??그래 니 임마 배드민턴 치라 니는 딱이다 배드민턴이 을마나 재밌는데~
요넥스스포츠사장님은 우리 학교 배드민턴 방과 후 코치님이기도 해서 나를 잘 아셨다
나는 잔뽕 축구화에 정신이 팔려 그 얘기도 듣지 못한 채 잔뽕 축구화만 찾았다
없다 이럴 수가 히포, 낫소, 프로월드컵 축구화는 아직 잔뽕축구화가 출시가 안된 것이었다
절망적이었다
다음날 운동장에 훈련준비를 위해 축구화를 꺼내고 끈을 묶으며 주위를 살폈다
이게 웬일인가 주장형부터 많은 인원이 새 축구화 잔뽕축구화를 신고 있었다
그것도 키카축구화를 말이다!
한수형의 잔뽕축구화의 광고와 파급효과는 축구부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요즘도 그렇겠지만 축구화뿐만 아니라 내 친구 내 동료 내 지인이
어떤 신발 어떤 시계 그리고 특히나 휴대폰을 뭘 쓰는지 관심이 많다
내 취향이 아니라 타인의 관심때문에 물건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일이 많다
자랑하고 싶거나 혹은 sns를 통해 필요하다고 아니 필수라는 내용으로
어쩌면 그 소비 심리를 알고 마케팅을 하는 기업들의 상술에 구매욕구가 자리매김하고
점점 상황을 만들어가는 나보다 상황에 맞춰가는 나를 발견하는 했다
자아실현을 위해 멈춤을 선택했고 나를 정리 정돈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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