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국민학교(현 초등학교)를 첫 등교하는 날이었다
8시 20분쯤으로 기억한다
운동장에는 이미 많은 형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고 저 정도면 내가 10골은 쉽게 넣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나는 입학 전 조기회에 아버지를 따라 구경을 많이 했고 공을 몇 번 차본 경험이 있었기에 때문에 자신감이 가득 찼다
그래서 내일은 꼭 축구를 해야지 하고 교실로 향했다
우리 고향은 아주 작은 지역이라 4개의 반이 있었고 나는 4반 유치원을 같이 다녔던 부랄친구 길상이는 2반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었던 거 같다 골마루에서 엄청난 소란이 있었고 애들은 교실밖으로 향했다
싸움이 2반과 4반에 친구들이 싸움이 난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나는 4반 우리 반 친구를 보호하기 시작했고 길상이는 자연스럽게 2반 친구의 편을 들기 시작해
우리 일명 패싸움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걸 소속감이라고 해야 하나...
사회에서도 나의 가치관이나 생각과 관계없이 어느 조직을 들어가게 되면
그 조직의 역사인 거 마냥 행동하고 그 조직을 지키려 하는 사람의 본능인 거 같다
어렸지만 그때 조직 우리라는 팀을 지켜야겠다는 걸 본능적으로 반응했던 거 같다
선생님께서 나타나셨고 우리 싸움은 종료가 되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씩씩거리며 우린 다시 싸우기로 했고 학교뒤로 모였는데 우리 반 숫자가 7~8명도 채 되지 않았던 거 같고 2반 애들은 15명은 되어 보였다
순간 이대로 싸우면 진다는 걸 깨닫고 내가 자신 있었던 축구로 한판 붙자고 했다
2반 애들이 쉽게 받아들였다 그리곤 우리 4반 친구들에게 자신만만하게
"우리 집에 축구공도 있고 내가 다 골을 넣을 수 있으니깐 걱정하지 마!"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축구공이 귀했다
다음날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집에 아버지께서 사용하시던 낫소축구공을 들고 30분 더 일찍 등교를 했다
운동장 계단에 가방을 던져둔 채 4반과 2반의 자존심이 걸린 빅매치가 시작되었다
그때는 룰도 모르고 룰도 없었다 그냥 골 때에 공만 들어가면 되는 게 축구였다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내가 멋지게 골을 넣고 영웅이 되는 상상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배우지도 않은 이미지 트레이닝 시작한 거이었다
"자 너희 볼 해라" 하는 순간 볼은 저 높은 하늘로 향해 학교 담장을 넘어 고물상을 하시는 무서운 할아버지댁으로 가버렸다
6학년 형이 자기들 축구한다고 걸리적거린다고 차버린 것이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뇌정지가 왔다 축구공이 담장으로 넘어가서 어쩌지 이런 걱정 보다
공을 저렇게 멀리 찰 수 있다는 자체에 놀랐다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이었다 같은 학생이라 생각했는데 6학년과 1학년의 힘의 차이는 엄청나는구나 생각했다
우린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계단에 앉았다
4반과 2반은 절대 강자 앞에 말할 수 없는 패배감과 동질감을 느끼며 친구가 되었다 어제 싸운 건 다 잊은 채 말이다
승부의 세계에서 상대가 월등하게 강하다는 걸 알게 되면 방법적인 생각은 들지 않고 그냥 무기력해진다
내가 본 것은 골대에 골이 들어간 것도 아닌 그냥 저 멀리 내 축구공을 뻥하고 차서 넘긴 것뿐인데...
힘의 차이를 알고 운동장을 벗어나고 그 이후 4학년이 될 때까지 선생님께서 축구를 하자고 하지 않는 이상
운동장에 1학년이 즉 저학년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수 없다는 불문율이 생겨 버렸다
그래서 나는 축구는 아파트 콘크리트 바닥에서 친구들과 가끔 하고 비디오를 빌려 슛돌이 만화를 보며
비디오 분석만 잔뜩 했던 거 같다
그리곤 나는 4학년만 되길 기다렸다...
왜? 4학년이 되면 축구부에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나도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파워가 생길 거야!!!
당시 유행던 슛이 독수리 슛이다 하늘 높이 뻗었다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골이 되는 멋진 슛
비디오 만화에 나오는 그 불가능한 슛은 나는 될 거라 여기고 연마했다
모든 일에는 순서라는 게 있고 바로 당장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존재 한다
힘을 길러야 한다 그 힘은 기본에서 나온다
탄탄한 기본기가 자리를 잡아야 힘을 내 마음대로 발휘할 수 있다
나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디지털 노매드를 도전하고 있다
기본기를 기르지도 않은 채 힘을 발휘하려고 아니 기본은 귀찮고 핵심만 들어가려 한다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이었지만 준비하고 인내하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골대에 골을 넣으려면 집중하고 몰입해서 한 번에 공을 차서 넣을 수 없기에
골대 근처까지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근처까지 혼자 드리블을 해서 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메시나 손흥민 같이 특별한 존재의 선수들 간혹 그런 장면들을 보여주지만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기에 혼자 드리블을 하기보단 패스를 통해 협력해서
상대 진영을 향한다
그래서 나는 요즘 디지털 노매드를 꿈꾸는 좋은 분들과 일주일 한번 만나 스터디를 가지고 배운다
진취적인 사람들은 기회 열려있고 남을 도와주는데 거리낌이 없다
아직 나서서 도울 수 있는 여건은 못되지만 좀 더 많이 배우고 성장에서 함께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자!
앞으로 어릴 적부터 지금 까지 축구를 하며 배운 것들을 2탄 3탄 써 내려가며
느낀 것 활용해야 하는 것 실행해야 하는 것들을 적어 나갈 것이다
얼마나 많은 내용이 기억나고 인상 깊었을지 모르겠지만
내 인생에 많은 시간을 보냈던 분야이기에 여기서 영감을 얻고 출발해보려고 한다
축구의 시작은 만만 함이었고 축구가 감동을 주었고 축구가 슬프게 했고
축구가 절망을 주었기도 하지만 결국 축구가 다시 나를 깨우치게 했다
이 부족한 글들이 모여 쓸모 있는 책 한 권이 되길 기도해 본다
2편에는 4학년 때 축구부를 시작한 계기를 적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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